2016년 문화계 명언집 말고기

이병우 - 저는 기타를 치는 사람입니다. 기타 치는 사람은 자유롭습니다. 저는 권력 따위는 아무 관심이 없습니다.

나경원 의원 부정 입학 논란에 나온 해명으로 올해 나온 그 어떤 해명보다도 설득력이 높았습니다. 해명문에서까지 예술가 이미지 팔이를 시전한다는 점이 특별하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나->기타를 치는 사람->자유롭다->권력따위 아무 관심이 없다라는 완벽한 논리구조에 설득당하고 말았습니다. 덕분에 제가 일하면서 만난 기타리스트들이 모두 자유로운 사람이라는 새로운 사실도 배우게 되었습니다.


조영남 - 나는 생리적으로 사기를 치는 사람이 아니다.

조영남씨가 지난 10월 대작사건 공판을 받고 취재진에게 한 말입니다. 저는 조영남씨가 사기를 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이건 웃겼습니다. 그럼 도대체 생리적으으로 사기를 치는 사람은 누군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조영남씨의 저 말보다 머니투데이의 이 기사가 더 인상깊긴 했는데 섹시한 한 문장은 없어서 넣지 않았습니다. 세상에 아직도 이렇게 미술을 신화화 하는 사람이 있어서 놀랍더군요. 특히 이런 기고가 머니투데이에 실렸다는 것이 마음에 듭니다.


이자혜 - 그때의 저는 크리피하고 빻은 욕망을 가졌었습니다.


오타쿠 내 성폭력 폭로때 올라온 이자혜씨의 첫번째 입장 표명 글입니다. 이 글은 두가지 지점에서 역사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첫번째로는 90 락키드들을 울린 명곡 Creep의 코러스 "But I'm a creep, I'm a weirdo"를 대체할만한 울림있는 문장이 탄생했다는 점입니다. 두번째는 2016년 새들은 어떤 언어 생활을 가졌는지 설명해주는 표본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이 입장 표명 글 뒤의 주변인 반응도 흥미로웠는데 평소 사진도 찍고 이자혜 작가라는 넷-셀렙과 친분을 과시하던 깨어있는 유저들이 세가지 자세를 취했다는 점입니다. 첫번째는 이후에도 쏟아지는 수많은 XX 내 성폭력 이슈에 대해서 입다물고, 이자혜 작가가 근거도 없는 사건까지 뒤집어 쓰고 이유로도 필요 이상으로 욕을 먹는데도 역시 조용히 이런 일은 없는 것 처럼 SNS생활을 했다는 점입니다. 이분들은 영리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한윤형씨 사건때의 이상한 모자씨 처럼 용기있고 현명하게 입장 표명 할 순 없으니까 말입니다. 

두번째는 이런 사건은 애초에 없었던 것 취급하고 이후 터지는 다른 비슷한 사건에 대해서만 열심히 열 올리는 경우였습니다. 앞의 유저들과 달리 다소 멍청한 포지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번째는 같이 욕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한때 같이 물고 빨던 과거에 반성을 하기도 했으나, 친하던 과거는 그대로 놔두고 그냥 욕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이분의 평소 언어습관과 가해 행동이 얼마나 일치했는지 다들 알지 않습니까. 헛소리와 막말이 일상인 사람 옆에서 박수쳐준 수많은 사람들 덕분에 일어날 수 있었던 사건인데, 박수치던 분들은 책임감을 못 느끼고 손절하기 바빴던 것 입니다. 같이 욕하고 이제 다른 사이다를 찾으면 되니까 말입니다.

이자혜씨는 이번 사건으로 모든 것을 잃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유명할때는 몰려들고 필요할때는 도망가는 날파리들과 결별 할 수 있었을테니 말입니다. 도움도 안되는 인간관계 정리가 쉬운 것은 아니니까 말입니다. 


윤성현 - 음악에서 자궁냄새가 나면 듣기 싫어진다.


윤성현씨가 술자리에서 오지은씨의 음악을 이야기 하다가 나온 말입니다. 위에있는 그 어떤 발언들 보다도 가장 신기한 발언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문장은 비슷한것 조차 본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분이 대한산부인과학회 소속도 아니고, 머릿속에서 어떻게 이런 문장이 튀어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발언도 발언이지만 이후 나온 사과문도 메이저 록커 답게 뛰어났습니다. 그냥 사과만 하거나 해명만 하면 되는데 

“저는 편모가정에서 자랐습니다. 때문에 저의 유년기에 있어서 어머니라는 존재는 그 무엇보다도 거대한 '신'과 같은 내 세상의 전부였고, 항상 그녀가 나를 떠나면 나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라는 불리불안에 떨었습니다”

라는 감성팔이 시도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감성팔이는 위의 사과문들에도 거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다릅니다. 1990년대 윙크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이 할법한 모성애 자극형 멘트였기 때문입니다. 여성혐오 발언 사과문에도 여성팬들에게 어필하고 싶은 멘트를 넣을 줄도 알아야 메이저가 될 수 있나 봅니다. 제가 이런 류의 문장에 감동한지 20년이 지난 2016년 드디어 현실세계에서 이런 발언을 하는 사람을 찾은 겁니다. 이분들의 가사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